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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분위기가 치밀한 짜임새로 자리잡아

 - 박명인 미술평론가

 -생활주변의 인물에서 신선한 개성과 행동성으로 삶의 의지에 담긴 표정을 표출-

  

 “고전을 배우는 것은 현대성을 발전시기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신영진은 고전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할 수 없었던 지난 날의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보인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고전을 공부한다고 한다. 이미 88년(20대) 대학시절에 신미술회를 통해 기성 화단에 활동했던 사실로 보아도 그의 열의는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전시회를 갖지 못했던 그가 작품을 세상에 보이는 것은 남다른 야심이 있다. 이번 전시회는 첫 개인전이다. 88년 신미술회전에 첫 출품하면서 활동해 온지 10년이 넘었다. 의욕 만큼이나 보이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인물을 충심으로 누드, 풍경을 고루 보이게 된다고 한다. 자칫 여러 장르를 함께 전시하면서 산만해 질까 우려하면서도 그동안 해 왔던 작품들을 고루 전시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보이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평문에서는 인물화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동시에 풍경화의 특징적인 일면을 고새하고자 한다.

 

 -대상의 존재를 구체적 양상으로부터 주의를 집중하여 일어나는 지각에 의해 특징을 포착해내-

 

 신영진은 얌전하고 조용한 성품처럼 소박한 화가이다. 이러한 소박한 의식은 자연적 분위기 혹은 주지(周知),숙지(熟知)된 일상적인 현실성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회화에 있어서는 생활의 일상성과 침입된 초월적인 역사성과 배분해야 하는 의식의 경험도 있다. 아니고서는 새로운 창조로서의 접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일상성은 잘 알려진 것, 친숙한 것, 신변의 상황이지만 역사는 진행상의 착란성을 지니기도 하고 소원(疏遠,estrangement)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무롸에서는 그 시대의 의상이나 화장술(化粧術)이나 사물의 형상으로 시대상을 알 수 있게 하면서도 반면 전혀 다른 환경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러한 인물화의 역사성이나 고착되어 있는 의미를 탈피하기 위해 인물의 형상성보다는 생활주변의 인물로부터 그 인물의 생홯환경을 그린다. 순수한 소녀의 상에서부터 일하는 사람, 러시아 여행시 줄넘기를 함께 했다는 어린 소녀 쏘나, 중국 여행시 만났던 적개심이 가득한 소년의 표정, 그리고 기억 속에 아련한 어느 여인의 얼굴은 파스텔화와 같이 부드러운 선과 색으로 배경을 장식하고 사물을 생략하며 마치 환상 속에서 여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보다는 그 모델의 생활환경을 그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영진의 일련의 인물화에서는 남다른 미적 태도를 발견할 수가 있다. 대상의 존재를 구체적 양상으로부터 주의(注意)를 집중하여 일어나는 지각에 의해 특징을 포착해 내는 것이다. 인물의 표정에서 그 모델의 생활상이 엿보이게 하고, 모델의 피부로부터 역동적인 힘의 원천을 묘사하려고 했다. 결국 거울에 비친 인간의 피부와 얼굴이 아니다. 회화성이 강한 부드러운 피부와 모델의 은유된 생활이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표정을 그리는 것이다.

 - 거울에 비친 피부와 얼굴이 아니라 은유된 생활의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표정을 묘사-

 

 인물화는 초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고전에 있어서의 초상화는 주인공이 알려져 있었고 숭문천기(崇文賤技)사상으로 선비는 숭배되고 기능인은 천시되었지만 이들은 화공에 의해 자신의 얼굴이 자손들에게 남겨지기를 원했다. 또한 사후에 그려지기도 하여 역사성을 지니기도 했다. 그런 만큼 실제 인물과 꼭 닮아야 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역사성을 위해 그리기 보다는 인물의 특성, 회화적인 소양이 있을 때 그리거나 한 인물을 회화적 양식에 접목하여 그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성 보다는 회화성이 강하게 된다. “모델의 형상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상 및 심상을 화면에 나타내고 싶었다”고 신영진은 말한다. 이러한 경향이 인물화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에 작품 하나 하나가 화가 자신의 품에서 머물지 않고 주인을 찾아 떠나게 되는가 보다.

 동진시대(東晋時代)이 고개지(顧愷之,344~405)는 「인물은 묘사되는 사람과 꼭 닮게 그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산수나 동물을 그리기 보다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물은 천태만상의 표정이 있다. 변화무쌍한 그 표정에는 인간의 성품이 보인다. 생활환경이 보이기도 한다. 성장환경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신영진은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표현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배경을 풍경화로 장식해 보기도 했고, 전혀 사물의 형태를 무시하여 인물의 섬세한 선과 색 그리고 표정만을 살려 내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화두에서 ‘인물화의 신선한 개성과 활동성’을 보였다는 것은 신영진의 이번 전시되는 인물화에서 새록베 시도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물화는 형태의 비례를 파악하고 오관(五官),사지(四肢),구간(軀幹)과 인물의 자세, 표정을 관찰하면서 색채나 구도에 유의하여 그려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신영진의 인물화에서는 모델의 형상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 배경 처리였다. 중국소년의 인물화에서는 어린아이의 적개심이 강한 표정을 살리기 위해 배경을 풍경으로 넣었다가 다시 지우기도 하고, 화려한 문양을 넣었다가 어린아이의 굳은 표정과 어울리지 않아 다시 지워 버리며 반복되는 가운데, 결국 등을 기대고 있는 기둥만을 남기고 여백으로 비워 두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배경에 그려진 문양이 독특하다. 색면으로 배경을 처리하고 그 면을 긁어내어 자국으로 문양을 만들기도 하고 , 점으로 균등하게 그려진 문양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원형의 문양이나 조밀한 배경의 문양이 산만하지 않으면서 정교한 인물과 융합하는 것은 색채 비와 형상 비의 균형 때문일 것이다. 결국 신영진의 인물화에는 생생한 분위기가 전체구도에 치밀한 짜임새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Sokrates,BC469~399)의 유용설(有用說)에 의하면 「일체의 사물의 미(美)와 추(醜)는 그것의 효용성으로 판단하고 사물 자체가 본래 가지고 있는 미와 추에 대하여는 관여하지 않는다. 즉 사물이 개인적인 어떤 목적에 부합한 것은 모두 미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추가 된다」고 했다. 이것은 미술에 있어서 중대한 발언이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사물 자체의 의미를 미화(美化)한다. 추에 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만일 추를 효용성있게 다루었다면 미술이 아니라 추술(醜術)일 것이다. 현대예술은 추술가(醜術家)이기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가는 미술가(美術家)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준해 볼 때 ‘회화적 표현이 지작 속에서 개시되어 세계의 형태화를 포착하며. 그리고 초월한다’고 한다면 여기에는 의미의 발생과 변환(Transformation)의 과정으로 정착되고 있는 신영진의 독자적인 사고 방식이 있는 것이다.

 틈틈이 글을 쏘고 있다고도 했다. 이미 600여 배의 원고지를 써 놓고도 완결 짖지 못하는 화가로서의 제약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면서 그 때 그 때 기록하는 태도가 훌륭한 그림을 그리게 한다. 스케치 여행이나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경우(이것도 스케치라고도 함)도 마찬가지다. 추리(推理)에 의한 개념작용에 대한 감각도이러한 현장 답사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해 진다.

 고전적 데카르트주의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또는 지드의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이 자신의 길을 인도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화가는 특히 생각하며 느끼며 미를 창조한다. 미술, 음악, 연극, 연어(글)등의 예술적 장르가 바로 인간의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며 결국 감성을 리듬이나 색채, 또는 형태로 구성하여 암시한다고 했을 때 이러한 메시지는 관자(관자)에게 왜곡되지 않게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신영진의 인물화에 대한 해석과는 달리 풍경화에 있어서의 또 다른 특징도 주지(周知)할 일이다.

인물은 사람의 개성에 따라 사실성이 강조되어야 하지만 풍경화는 사실성이 오히려 회화성을 상실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풍경은 자연을 인식하는 화가의 의식체계가 분명해야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신작전 300호전(1999년)에 출품했던 압록강 변의 풍경은 충남 당진의 채석장에서 채취한 흙으로 캔버스에 올려 사실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감을 연출하기 위해 사포로 밀고 다시 그 위에 그리고 또 사포로 밀고하며 표면의 질감을 물감보다 더 사실성있게 묘사하려고 했다. 생활주변의 모든 재료가 실제로 응용되고 있다는 신영진은 흙을 구해다 직접 캔버스에 올리기도 했으며, 나이프를 직접 만들어 디테일한 부분을 표현하기도 했다. 흔히 대중의 판단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화란 원근법이 절대로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회화성이나 작품의 성향으로 보아 원근법이 무시되기도 한다. 캔버스의 구성 비로 보았을 때 원근감은 강조하고자 하는 사물의 형상을 미진(微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인물화와 동시에 전시되는 풍경화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여백을 강조하는 그림에서 시작되어 음영을 묘사하면서 사물의 비대칭적인 형상을 출현시키기도 한다. 물에 비친 그림자나 사물의 이면에 생성되는 비사물의 형상을 묘사하면서 사물의 의미와 무의미를 콘트라스트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상(현상)의 고유성을 알리는 역할은 작가의 개성이며 감각적인 미적 질을 풍미하는 것은 관자의 특권이다.-

 

 그것은 자연의 사물을 의의적(一義的)으로 완결시킨 해석체계를 정밀화하여 그것을 통해 세계의 확정적인 형상을 획득하기 위해서이다. 사실주의적 또는 자연주의적 경향이 일상의 내부와 외부를 영역적으로 구분할 수 없을 때는 풍경화에 있어서의 회화성을 상실하게 된다. 바로 회화에 있어서의 표현이란 그 현상의 고유성을 알리는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 방법에 있어서 볼 수 없는 기저(基底)란 바로 그 작가의 개성이 되는 것이다.

  신영진은 그러한 점에서 사물 그 자체의 특성보다 자신의 의식세계에서 규정하는 개성을 독창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연의 대상이나 자연의 광경(光景), 인공 품에서는 특히 예술작품을 대상으로 그 감각적인 미적 질을 풍미한다. 더욱이 기술적.정신적인 구축물인 예술작품의 경우에는 그 제작의 기법을 평가하여 그 곳에 끊임없는 의미를 탐구하여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비교고찰하고 전체의 사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화가는 누구보다도 표현욕구가 강하다. 욕구는 형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표현된 형상은 새로운 규범을 탄생시킨다. 그럼으로써 새롭게 시도된 형상은 표본이 되기도 하고 이 규범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모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모방는 할 수 있어도 한 화가가 표현한 형상을 재현적으로 재구성할 수는 없다. 하나의 규범이 발현되면 또 하나의 변형된 다른 차원으로 전위(轉位)된 잠제력이 조직될 뿐이다.

 

 필자는 이따금 화가들이 자신의 화풍을 새롭게 전위시키기 위해 장고(長苦) 끝에 또 하나의 규범을 탄생기키는 것을 보았다. 이제 신영진의 첫 전시회는 새로운 규범에 앞서 인물,누드,풍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놓고 평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 바로 내일의 화업을 위한 디딤돌을 세우려는 것이다. 반면 내년부터는 테마별로 집중적인 전시를 매년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조심스럽게 세상에 선 보이는 작품과 신영진의 앞날에 밝은 빛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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